티스토리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을 정말 오랜만에 적어보는 것 같다. 이번 직장을 다니면서 거의 티스토리는 방치되다시피 관리했는데, 오랜만에 들어와서 예전에 싸지른 글들을 보니 정말 성의도 없고 논리나 일관성이 없어보였다. 요즘은 그냥 이 부끄러운 글들을 다시 정돈하고 지울건 지우고 있다. (일종의 리팩터링) 다시 예전 글들을 되짚어보면서, 이번 회고록은 근 2년간 있었던 일들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2023년 중순에 인공지능 음악 생성 스타트업에 NLP 리서처로 입사를 하게되었다. 음악 회사에 왠 NLP 인가 싶겠지만, 자연어 처리 모델을 통해 음악의 시퀀스 데이터를 생성하는 방식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이미 각 리서처들은 자신의 담당 모델이 있었고, 음악 문외한인 나는 도메인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최대한 나는 연구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또 고민했다.
결국에 난 리서처로써 커리어를 이어나가지 못했고, 대신 MLOps 엔지니어라는 포지션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사실 말이 거창해 MLOps지 그냥 모델을 서빙하는 역할이 메인이었다. 연구실에서 유일하게 쿠버네티스를 경험해봤지만, 그 경험도 사실 FM대로 배운것도 아니고 심지어 혼자 몇달 공부해본 수준이 전부였다.
그 당시에는 실무에서 쿠버네티스를 접해봤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희열이 느껴졌고, 정말 뭐라도 된줄 알았다. 이 회사에서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정확히는 안하는 거겠지만) 일들을 내가 해내고 있으니 어줍잖은 우월감도 느낀적이 솔직히 있다. 그렇게 우물안 개구리처럼 회사에서 경험한 것만으로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고 개인 공부를 게을리 했다. 물론 아예 성과가 없었던건 아니다. AWS SAP 자격증도 취득하고, AWS Summit re:Invent 행사에도 사례를 제공하는 등 귀중한 경험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회사도 경영 악화로 두 번째 권고 사직을 당하고 나서 메타인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사를 나오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 이제부터 뭐 먹고 살지?" 였다. 물론 여태까지 이직할 때마다 든 생각이었지만, 커리어와 경력이 길어질수록 깊어지는 것이고,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욱 전문성 있는 포지션과 대우를 받기 위해 이직할때마다 수요와 공급을 심하게 체감하게 됬다. 아무것도 없는 신삥이 시절엔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없이 취업만 시켜주세요 라는 마인드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더 많은 것이 생길수록 그것들은 날 더 괴롭게 하기도 했다.
이직을 위해 나름대로 지원을 해봤지만 전부 탈락이 즐비했다. 나름 규모가 큰 곳들에 서류를 합격했지만, 항상 면접이 문제였다.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은 "인프라나 인공지능 지식은 있지만, 서비스 경험이 없으시네요.", "혹시 자바하세요? 서비스 경험이나 코드 스타일이 저희랑 부합하지 않네요." 등... 자존감이 많이 꺾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서비스와 직결된 경험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듣고보니 요즘 시대는 단순 기술을 얼마나 잘 다루냐가 아니라 문제를 잘 정의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왜 썼으며, 문제 해결 경험을 중요시한다. 내가 여짓껏 해온 연구와 엔지니어링이 조금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우울해할 여유는 없었다. 다행히도 아는 지인분께서 나를 불러주셨다. 물론 아직 새로 생긴 회사라 펀드를 쌓고 있는 단계이기에 연봉은 한참 깎이지만 생활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름 큰 프로젝트라 그놈의 "서비스 경험"을 시니어 밑에서 배우면서 쌓을 수 있는게 큰 메리트여서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솔직히 막연하고 불안하다. 그치만.. "이대로면 커리어가 꼬이지 않을까?", "내가 한 선택이 맞을까?" 와 같은 불안함과 FOMO를 받아들이고 일단 몸을 움직여보려고 한다. 다음에 회고록을 쓰는 시점에는 좀더 성장해서 이 글이 오글거리고 부끄러운 시점이 오길 바란다.
'회고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3-06-30 회고록 (3) | 2023.06.30 |
|---|---|
| 2023-06-07 회고록 (3) | 2023.06.07 |